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연령별로 책들을 분류해 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기준대로 책을 고르면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책을 찾을 수 있을까. 연령별 추천 도서 선정 기준과 추천 도서를 살펴봤다.
연령별 추천도서 선정 기준
연령별 추천도서 선정 기준을 이해하려면 먼저 사람의 발달 과정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발달은 인간 생명의 시작부터 죽음까지 개인에게 나타나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서 변화란, 부정적이거나 퇴행하는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진보적인 변화만을 '발달'이라고 칭한다. 발달은 일정한 질서(규칙)를 지닌 채 나타나는 변화의 순서나 단계를 가리키며 '지속성'을 가지는데, 예를 들어 한번 걸을 수 있게 된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걸을 수 있고, 한 번 말문이 트인 아이는 계속 말할 수 있게 된다. 발달은 신체 발달, 성격 발달, 사회적 발달, 인지적 발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지며,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의 발달 특징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주 보편적인, 인간 누구나 거치게 되는 비슷한 발달 과정도 존재한다. 연령별 추천도서를 선정하는 기준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보편적인 발달은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둘째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셋째 보편적인 것에서 개성적인 것으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나타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따라서 아이의 개별 발달 수준 및 연령별 보편적인 발달 특징을 알고 책 읽기를 할 때 훨씬 재미있고, 아이 발달에 도움이 되는 독서가 가능하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
아이들의 다양한 발달 측면 중에서도 독서는 인지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인지란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활용해 문제를 발견, 해결하는 정신 활동'을 말한다. 한마디로 '지적능력 발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지 발달 이론과 학자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스위스의 심리학작인 장 피아제(1896~1980)의 인지발달 이론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론을 잠깐 살펴보면, 어떤 기준에서 연령별 추천도서를 선정하는지 큰 틀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피아제는 크게 4가지 개념으로 인지를 설명한다. 그 네 가지는 '도식(스키마)', '동화', '조절', '평형화'다. 개념이 낯설 수 있지만, 인지 발달에서 중요한 개념이므로 이참에 알아두자. 첫째, 도식(스키마)는 사고의 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리에 저장된 외부 세계에 대한 가상의 인지 구조로서, 뇌가 파악하는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말한다. 둘째, 동화는 말 그대로 기존 도식에 새로운 대상을 그대로 적용(인지)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수박을 과일이라고 배웠는데, 새로운 과일인 사과를 배울 때 기존에 알고 있던 과일이라는 도식에 적용하는 것이다. 셋째, 조절은 기존 도식에 맞지 않는 새로운 대상에 맞게 도식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경험이 기존의 도식에 맞지 않는 것을 '불평형의 상태'라고 하는데, 이를 평형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기존의 도식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도식을 만드는 것이 '조절'이다. 예를 들어 '과일'이라는 기존의 도식을 바탕으로 채소라는 새로운 개념을 인지하는 과정을 '조절'이라고 부른다. 넷째, '평형화'는 동화와 조절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적응의 과정이다. 피아제는 위의 4가지 개념을 가지고 인지 발달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 따르면 아동의 인지 발달은 연령에 따라 감각운동기(출생~2살)>전조작기(2~7살)>구체적 조작기(7~11살)>형식적 조작기(11살 이후)로 나뉜다. 이 4단계에서는 질적으로 다른 인지 구조와 능력이 출현하며 순서는 늘 동일하다. 한편으로 피아제는 각 단계에 도달하는 나이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마다의 차이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 각 단계별로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책들이 좋은지 살펴보자.
감각 운동기(0~2세) 특징 및 추천 도서
감각운동기는 신체적 감각이나 운동을 통해 환경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쥐고, 입으로 가져가 빠는 등의 선천적인 반사행동(출생 후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목적을 가진 행동으로 천천히 발전한다. 엄마, 아빠, 맘마 등 가장 많이 들은 단어부터 말문이 트이고,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나지만 언어 표현이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이 먼저 나가는 시기다. 예를 들어 '맘마'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엉금엉금 기어가서 우유병을 가져오기도 하고, 발을 구르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기도 한다. 대상연속성(대상이 시야에서 사라져도 계속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는 능력)을 인식하게 되며, 모방, 기억, 사고를 아주 짧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양육자를 모방해 인형을 안아주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감각 운동기 때는 오감을 자극하는 독서가 좋다. 물고 빨아도 위험하지 않도록 환경호르몬이 안 나오는 헝겊책, 모서리가 둥근 책 등이 좋으며, 아이가 쉽게 찢어 삼키지 못하도록 두껍게 만들어진 보드북 형태가 좋다. 아이들의 시각을 자극할 수 있는 알록달록하고, 소리 나는 그림책, 간단하게 조작하면 동요가 흘러나오는 책 등도 추천한다. 또한 대상영속성을 고려해 까꿍 그림책도 읽어주면 좋다.
* 추천 책 리스트
<우리 아기 까꿍!> 세바스티앵 브라운, 시공주니어
<알록달록 동물원> 로이스 엘러트, 시공주니어
<손가락 인형놀이 빨간 모자> 프란체스카 페리, 문학동네어린이
<나 좀 숨겨 줘> 여을환, 강근영, 길벗어린이
<어디 숨었니?> 나자윤, 비룡소
<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알록달록 동물 촉감놀이책>, 웅진주니어
글이 길어졌다. 전조작기(2~7살)와 구체적 조작기(7~11살),형식적 조작기(11살 이후)의 특징과 관련 추천도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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