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팥죽할멈과 호랑이 등 전래동화는 우리의 삶과 늘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읽다 보면 요즘 세대와는 맞지 않는 얘기들도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래동화의 교육적 효과, 특징, 고르는 법을 살펴봤다.
전래 동화의 교육적 효과
전래 동화란 민담, 우화, 신화, 전설 등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어린아이들의 눈높이로 재구성해 동화로 만든 것이다. 10~20년 사이 양질의 그림동화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래 동화가 아니더라도 읽을거리가 매우 풍부해졌지만, 여전히 전래동화는 인기는 높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호랑이와 곶감, 견우와 직녀 등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쑥쑥 자라게 만든다. 또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전래동화는 구성이 단순하면서도 재미있고, 이야기의 길이도 길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몰입해서 듣기 적당하다. 또한 대부분의 전래동화가 권선징악 등의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인성 함양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콩쥐팥쥐, 흥부와 놀부, 은혜 갚은 꿩 등 한국 고유의 전래동화는 우리 조상들의 정서와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전래동화의 진짜 재미는 사실 '읽는 것'이 아닌 '듣는 것'에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때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란 말만 들어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 귓가에 자동재생이 될 것이다. 하물며 아이들도 전래동화를 친구나 동생에게 들려주려고 하는 걸 흐뭇하게 지켜본 기억이 있다. 나는 아직도 어릴 적 아빠가 읽어주셨던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기억한다. 나는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10번도 더 읽어달라고 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토끼 이겨라', '거북이 이겨라' 하고 반복되는 것이 재미있었고, 두 번째 이유는 그걸 읽어주는 아빠의 목소리와 함께 하는 순간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래동화는 읽는 동안 이야기를 하는 화자와 듣는 청자의 정서적 유대감도 깊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언어 능력 또한 키울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부모 세대가 우리에게, 우리가 다시 아이들 세대에게 생생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래 동화이며, 그것으로 인해 동화 영역에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조상의 전통 문화와 정서도 자연스럽게 계승·발전된다.
전래 동화의 특징
위에서 얘기했듯 전래 동화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승 문학을 수집해 문자로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가치관이나 이야기가 추가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며 이어져 내려온다. 따라서 전래동화는 어떤 특정 세대만의 소유물이 아니며, 다음과 같음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몇 가지 관용적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이야기의 시작, 중간, 끝을 보다 손쉽게 파악하는 장치로 쓰인다. 예를 들어 모든 전래동화는 '옛날 옛날에', '어느 산골에~' 등 관용적인 표현으로 시작된다. 인물과 주요 배경을 소개한 후 '그러던 어느 날'이라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사건의 실마리와 중요한 사건의 등장을 예고한다. 그리고 결말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끝을 맺는다. 둘째, 개인에 의해 재해석되거나 각색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문자로 기록되며 이러한 경향이 줄었지만, 지금도 출판사마다 동화책의 내용이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인간의 모든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주제의 폭이 아주 넓다. 전래 동화가 옛이야기를 문자로 옮겨 놓은 것이라는 걸 감안할 때 이는 당연한 것이다. 넷째, 전래동화의 주인공들은 선하고 지혜로우며, 슬기와 재치로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본인만의 힘으로 현실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조력자(콩쥐팥쥐의 두꺼비, 신데렐라의 요술 할머니 등)가 등장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큰 힘을 얻는다. 이때 도움을 받는 정당성 역시 주인공의 선행에서 비롯된다. 다섯째, 권선징악인 교훈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특히 사회적 약자이자 꾀가 많은 주인공이 강자를 이기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전래동화의 원형인 옛이야기를 향유하던 계층이 서민 계층이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을 행사하는 강자를 꾀(지혜)를 내어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풍자와 해악, 아이러니는 청자 및 독자들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한다.
좋은 전래 동화 고르는 법
전래 동화 중에는 유독 잔혹하거나 남녀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래 동화를 기피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서술했듯, 전래 동화는 고유의 매력과 재미를 지닌다. 특히 아직 스스로 책을 읽지 못하는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전래 동화는 양육자와 공감하고, 교감하는 훌륭한 매체가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좋은 전래 동화를 선정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는 이야기를 고른다. 예를 들어 <헨젤과 그레텔>의 경우 부모의 폭력성과 아기를 숲에 버리는 행동, 아이들이 마녀를 살해하는 것까지 잔혹한 내용이 많다는 비판을 받는다. <선녀의 나무꾼>에서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훔치는 것도 요즘 시대에는 범죄다. 따라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서 받아들이고 이해할만한 연령인지 고민해야 한다. 초등학생 이상의 경우에는 비판적인 읽기의 방식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 둘째, 재미와 교훈 두 가지 축이 튼튼한 이야기를 고른다. 이는 모든 아동 문학을 고를 때 공통으로 적용하는 기준이다. 문학성, 예술성을 토대로 재미와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전래 동화다. 지나치게 교훈적인 측면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재미와 흥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전래동화의 특징을 다룬 김에 신화, 전설, 우화와의 차이점도 알아두자. 신화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서도 국가나 민족 단위의 이야기를 말한다. 민족 사이에서 전승돼 긴 생명력을 지니며, 가장 원초적인 문학 형태이다. 최근에야 그 경향이 매우 옅어졌지만, 오랜 세월 신성하고, 진실된 이야기로 믿어왔다. 전설은 '전설의 고향'을 떠올려보면 쉽다. '00 바위' '00 폭포'처럼 지명, 이야기의 증거가 될 만한 사건, 사물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무속신앙, 종교와 관련된 경우도 많으며, 이야기의 전개법이 일정하지 않고 다양하다. 인물이나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허구나 환상이 반영되어 있다. 끝으로 우화는 동물을 의인화시켜 인간을 풍자한 이야기를 말한다. 교육성과 도덕성을 주는 이야기로, 비유, 풍자, 상징 등의 기법을 활용한 이야기다. 가장 잘 알려진 이솝 우화는 성인의 도덕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로 유아의 발달 단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아이들에게 우화를 들려줄 때는 아이의 눈높이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고, 전래 동화로 재편성한 것을 들려주는 것이 좋다.
'읽기와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 김혜진(feat.북다마스) (0) | 2023.06.26 |
---|---|
그림책의 매력과 특징, 읽는 법, 책 추천 (0) | 2023.03.27 |
아동 인지 발달 단계, 연령별 추천도서 2세부터 11세 이후까지 (0) | 2023.03.24 |
연령별 추천 도서 선정, 피아제 인지발달, 기준 및 책 소개(0~2세) (0) | 2023.03.24 |
책 읽는 세 가지 관점 - 표현론적, 내재적, 상호작용 관점 (0) | 2023.03.21 |
댓글